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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6 악의 - 히가시노 게이고 (15)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의외로 많이 읽었다. 전부 꼽아보니 열 작품이 조금 넘는다. 그 중 실망한 것은 몇 권 되지 않으니 이 사람 작품은 읽을만하다라고 말해도 무리는 없겠다. 떡밥을 던진 후 독자가 따라올 수 있게끔 경우의 수를 하나하나 나열하고, 스스로 그것을 부정하며 결론을 찾아가는 식(나는 그것을 엔지니어 마인드라고 부른다)의 논리적 전개가 너무나도 간결하고 명쾌하게 서술되고 있어 그런 것 같다. 물론 그가 글에 살짝 삽입한 메세지들은 거슬릴 때도 있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듯 보이는 [용의자 X의 헌신]에서의 헌신이란 받기에 부담스러운 것이라 생각했고, [11문자 살인사건]의 비밀이란 그 자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를 않았었다. [방황하는 칼날]은 눈물샘을 자극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동안 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은 [백야행]이라고 믿어왔고,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하지만 조금 호들갑을 떨자면 그와 비견할 또 하나의 대표작을 찾았다. 바로 [악의]다. 이미 끝난 것처럼 보이는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천재형사가 어떤 이유로 사건이 발생했는지를 캐내가는 내용의 이 소설은, 범인을 잡아놓고도 계속하여 독자를 혼란스럽게 몰아간다. 그 과정에서 같은 사건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모습을 달리하여, 흡사 같은 소재를 두고 다르게 쓴 두 편의 소설을 한 권에서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정통 추리소설의 즐거움을 간직한 채 쓸데없는 연민에 매달리지 않은 [악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임이 틀림없다.

2009. 4. Arbo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