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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공포영화 베스트
공포영화를 사랑하는 이로서, 2009년은 만족할만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그 편수가 많지는 않았으나, 괜찮은 작품들이 여럿 보였다. 한국호러물에서도 간만에 썩 괜찮은 작품이 하나 나왔고. 아마 내가 좀 더 신작을 접하는데 부지런했다면, 놓치지 않았을 다른 작품들도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2009년 나를 즐겁게 한 다섯 편의 영화를 공개한다. 리스트의 순서는 딱히 의미가 없다. (가나다순)
드래그 미 투 헬 :
어찌 보면 샘 레이미는 (피터 잭슨처럼) 영화를 장난치듯 가지고 노는 어린 아이 같아 보인다. 철저하게 자신의 유희나 판타지에 입각한 영화를 만든달까. 어쨌거나 그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고, 군더더기 없이 몰아치는 것을 좋아하는 듯 보이며, 거기에 자신만의 과장스럽고 코믹한 터치를 덧입힌다. 공중부양 댄스씬은 20년 이상을 지난 [이블데드] 시절의 센스가 아직도 유효함을 증명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터스 - 천국을 보는 눈 :
[마터스]의 파스칼 로지에는 순교라는 거룩한 개념에 대해 독설을 던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극단에 이르리만큼 정서적 가학성을 스크린에 늘어놓은 그라지만, 순교자를 조롱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비정한 이라고 한들 한 인간의 죽음을 조롱할만큼 몰인정한 이는 그리 많지 않을게다.
대신 그의 독설은 종교라는 신념체계를 향하고 있다. 영화 속의 종교집단은 아이를 납치하여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감금하고 고문한다. 그래서 끝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러면서 그들은 희생자를 순교자라고 칭송한다. 이건 뭔가 이상하다. 순교라는 것이 타인의 신념에 의해 죽은 이를 의미하는 것이었나?
명백히 아니다. 순교라는 개념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죽음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신념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그 죽음은 순교가 아니라 타살이다.
따라서 [마터스]의 종교란 거대한 악이자 폭력의 주체에 불과하며, 그로 인해 [마터스]는 감독의 말처럼 종교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폭력에 대한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죽을 날이 얼마 남지도 않은 이들이 사후 세계를 보겠다고 아이들을 죽이고 있는걸 보면 치가 떨리지 않을 수 없다.
요즘 공포영화들이 너무 조용해서 불만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분명히 얌전한 작품은 아니다. [호스텔]에 대한 프랑스의 화답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
불신지옥 :
영화가 기독교에 대해 견지하고 있는 관점은 제목만큼 독설스럽지는 않은데,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만약 종교의 본질이 기복이라면, 하나님에게 빌든, 부처님에게 빌든, 귀신에게 빌든 무슨 차이가 있으랴. (기복이 본질이라면 딱히 기독교만 욕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보다 좀 더 중요한 문제는 어째서 밑도 끝도 없는 기복이 이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비교적 정확한 답변을 [불신지옥]은 묘사하고 있다.
오펀 - 천사의 비밀 :
고전적인 스토리텔링에 별반 새로울 것 없다면 없을 수도 있는 작품이지만, 그게 또 매력이다. 흡사 [계부]의 어린 소녀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이 작품은, 단선적 스토리에 몰아부치는 뚝심이 느껴지는 에너지 가득한 작품으로 80년대 공포영화들의 정서를 깔끔하게 되살렸다고 평할 수 있겠다.
자신의 내적 상처를 극복해가는 벨라 파미가, 다코타 패닝 부럽지 않은 아리아나 엔지니어,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공포영화 속 여성 캐릭터 중 하나로 장래 언급되게 될 이사벨 퍼만까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인은 모두 매력적이다. 정말이지, 이사벨 퍼만이 분한 에스더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치가 떨리는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할 수 있다.
좀비랜드 :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미국식 버전으로, 영국식 호러에서 느껴지는 자학적 개그는 미국식 화장실 유머로 대체되었다. 그러한 느낌을 자아내는 일등공신은 우디 해럴슨이 분한 캐릭터다. 너무나 단순무식해서 다음 행동이 예측되는 그의 캐릭터는, 때때로 넘치는 가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들로 많은 웃음을 선사한다.
게다가 좀비영화계의 [스크림]을 자처할 만한 작품으로 좀비영화(넓게는 공포영화)의 공식들을 우스개거리로 활용했는데, 주인공의 행동들에 따르는 자막처리들은 공식들을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정리해가고 있다(아직 안 나온 공식들이 많으니 속편도 기대해 볼만 할 듯). 또한 자매의 첫 사기 장면은 그럴 듯하게 구태의연한 장면을 뒤틀고 있기도 하다. 다만 빌머레이가 나오는 장면은 다소 에러.
(개인적으로는 빌머레이를 어마어마하게 좋아해서 어떤 영화에 나와도 아이러브유를 외치는 편이지만, 솔직히 여기서는 좀 그랬다. 기요시의 [도쿄소나타]에서 야쿠쇼 쇼지보다도 더 생뚱맞은 캐릭터랄까. 물론 [도쿄소나타] 역시 올해의 비호러 부문 베스트 중 한 편의 작품이니, 영화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2010. 1. Argento.
8월 개봉 공포영화
첫번째는 [마터스 : 천국을 보는 눈]이다. (8월 6일 개봉) 요즘 공포영화가 너무나 논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의아하다는 감독의 말처럼, [마터스]는 상당히 도발적인 작품이다. 게다가 본 사람이라면 다들 동의하겠지만 영화가 무척 쎄다. 정서적으로 극단에 치닫게 만드는 가학성에 진절머리 낼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마터스]는 "프랑스호러에는 뭔가 있다."라는 생각에 확신을 줄만한 수작임은 분명하다. 가능하다면 반드시 볼 것.
두번째는 [불신지옥]. (8월 13일 개봉) 올해 한국 주류 공포영화 중에서는 가장 궁금했던 작품이라는게 그 이유다. 수없이 쏟아지는 영화들 중에서, 호기심으로 순간 시선을 붙잡을 수 있다면 일단은 성공한 셈. 실은 제목부터 맘에 든다. 배우도 나쁘지 않은 듯.
세번째는 김태곤 감독의 [독]이다. (8월 20일 개봉) 작년 부산영화제에 출품되었다지만 정작 영화를 보지 못한고로,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트레일러가 제법 괜찮은 느낌을 자아내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저예산 공포영화가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이 장르가 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일단 닥치고 응원해보려는 중. 솔직히 한국 주류(?) 공포영화에 신물이 나기 시작한지 꽤 오래된 이 시점, 독립영화가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 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세 편 이외에는 [퍼니게임 US]와 [오펀]이 눈에 띈다. 먼저 [퍼니게임 US]는 미카엘 하네케가 미국 배우들을 기용하여 자신의 작품 [퍼니게임]을 다시 만든 작품이다. (미국은 의외로 문맹률이 높아, 자막이 있는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아마도 그래서 다시 만들지 않았을까 싶다.) 그 덕에 언어적 차이(이게 작은건 아닌데)를 제외한 영화 전반의 분위기나 주제의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니, 이 전설의 작품이 궁금했던 분이라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여신 나오미 와츠가 나온다. (할렐루야!)
[오펀 : 천사의 비밀]도 궁금하다. 로튼토마토에서 44%의 신선도, imdb에서는 7점대의 평점을 기록하는 것을 토대로 추측하건대, 딱히 새로울 것은 없이 무난한 작품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뚜껑은 열어봐야 알 듯.
그 외에도 [요가학원]이나 [간호사들(sick nurse)]도 개봉예정이다. 장르팬에게는 꽤나 풍성한 8월인 셈이다. 요는,,, 시간만 내면 될 듯!
2009. 8. Argento.
관련사이트 : 8월 개봉작 목록 - 무비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