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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8 아랑 (2)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영화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드라마를 일부러 때려넣지 않아도, 순수한 공포 역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일까. 단순히 겁주는 영화가 아니라 뭔가 메세지를 삽입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이 감독에게서 풍겨나올 때, 어디에선가 조금의 반감이 생겼다. 나는 안상훈의 [아랑]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아랑]이 [장화,홍련]의 아류작인거야 말할 필요도 없는거고, 그 외에도 몇몇 영화들의 흔적이 노골적으로 배어나왔으니 그리 새로운 영화도 아니었던데다가, 아무리 관대하게 바라볼지라도 시나리오는 설득력이 별로 없었다. 소녀적 감성을 가진 남자의 행동들이야 이해해주겠다고 하더라도, 귀신만 나오면 영화는 덜그럭거렸다. (안타까운건 무섭지도 않았다는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랑] 정도면 괜찮은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추리물과 유사한 부류의 재미 정도는 느낄 수 있었고, 귀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에는 어느 정도 공감이 갔던 것도 사실이니까.

솔직히 [아랑] 아니 안상훈 감독에게 일말의 호감이 발생한 것은 내가 [패스 오버]를 보고 난 후(DVD의 서플먼트를 통해 감상했다. 역시 최고의 서플먼트는 감독의 단편영화다)였다. 조금은 신선한 아이디어로, 또한 조금은 관념적으로 만들었던, 그리고 또 조금은 서툴었던 영화였지만, 인간의 자살을 사회적 타살로 규정하는 그의 시선에서 인간다움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나서 저 사람은 저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저런 작품을 만들 수 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오랫만에 [아랑]을 다시 틀어보았다. 안상훈 감독, 그는 지금 어디에서 뭘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2009. 5. Arbo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