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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조 25주년 기념판(BD), 이미지 출처는 Blu-ray.com
어쨌거나 다시 보기를 잘했다. 결론은 [쿠조] 역시 내 기억보다는 괜찮은 영화였다.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은 플로리다의 찌는 더위를 그대로 영화에 옮겨놓은 것만 같았던 [보디히트]의 느낌을,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적막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되, 주인공들을 차 안에 묶어둠으로써 완벽히 고립되고 갑갑한 공간을 만들어놓았다는 점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도 있고, 나름 재미도 있다. [쿠조]는 철저히 장르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장르적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쿠조]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장르에 충실한 연출은 좋게 말하면 깔끔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조금 허전하다. 기본을 하는 작품이다보니, 좀 더 욕심이 좀 더 생긴걸로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쿠조]는 분명히 어딘가 만들다가 만 느낌이 든다. (박쥐에 물리고 광견병이 도지기는 했지만) 쿠조는 어딘가 기존 질서에 부합하는 기준을 가지고 단죄를 내리고 있는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응징자로서의 캐릭터 설명을 소홀히 하고 단순히 미친개로 치부하다 보니 훨씬 깊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그저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광견에 의해 구체적 위협에 놓이는 이들은 모두 5명(그 중 3명은 죽는다)으로, 주인공 가정의 아들과 경찰관을 제외하면 피해자들은 어떤 방식이든 호감을 주지 않는 이들로 그려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부분도 상세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 중 중요한 인물들은 자동차 정비소의 사장(쿠조의 주인)과 주인공 가족의 어머니일 것이다.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저 정비소의 사장은 가족 내에서, 다른 구성원에 대해 꽤나 폭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그의 아내는 친정을 한 번 둘러보는 것을 허락받기도 어려워보인다. 또한 다른 캐릭터, 주인공 가족의 어머니는 불륜으로 인해 가정의 안정을 위협한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쿠조의 위협에 노출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이들, 즉 정비소 사장의 아내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원했던 여행을 떠남으로써(심지어 미친 개 쿠조는 정비소 가족의 아들을 보고 짖어대다가 그냥 뒤돌아 어디론가 사라진다), 또한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어 상심에 빠진 소년의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여행을 떠남으로써 쿠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그러니 쿠조의 습격이란, 기존 질서를 해하는 이들에 대한 응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이것을 지나친 의심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어째서 감독 루이스 티그는 가족들을 그렇게 그려냈는가. 만약 감독이 역할이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 뿐이라면, 스티븐 킹은 어째서 그런 설정들을 만들어두었을까. 책을 읽어보지 못한지라 잘 모르겠다만, 책에는 훨씬 구체적이고도,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만간 읽어볼 계획이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주인공 가족에 국한해서 영화를 정리해보면, 알 수 없는 소년의 두려움(소년은 벽장 속 괴물을 두려워하는데, 이 괴물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는다)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불륜이 밝혀지며 발생하는 가정의 불화(바로 이것이 모호한 불안의 정체인지도 모른다)가 발생한 후 곧이어 쿠조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쿠조와의 대치 속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의 모성이 그려지고, 결국은 아내와 아들을 구하러 온 남편까지 가세하여(비록 남편이 도착했을 때 모든 상황은 종지부된 상태지만) 서로를 부둥켜 안은 가족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즉, 아내의 불륜이 어머니의 모성에 의해 묻혀지는 상황이라고 해야할까,아니면 중요한 순간에 곁에 없었던 남편의 부재를 지적하는 상황이라고 봐야할까.
2010. 8. Argento.
Cujo, Lewis Teague, U.S. 1983.
장면 :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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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3 12:17
2010. 3. Argento.
덧. 역시 유투브는 찾으면 다 나온다.



그러고 보니 저는 개 나오는 공포 영화는 마견하고 맥스 3000 밖에 본 것이 없네요. 나중에 한 번 이 작품도 봐야겠어요.
괜찮은 저예산 호러물. 딱 그 정도 퀄리티야. 의미 있는 부분들을 마구 쳐낸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들기도 하지. 어쨌거나 볼 수 있으면 한 번 봐봐. 이 정도 안되는 공포영화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까.
간만의 글이네요^^ 언제 새글이 올라오려는지 기다리고 있었군요..
쿠조는 조금 오래되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견은 확실히 다시봐도 좋은영화더군요..^^
오죽하면 조금 되긴했지만 우리나라의 모드라마를 보고 저 여배우가 마견에 나오는 개만큼만
연기했어도 좋았을텐데 싶었으니까요....^^
조금 준비를 할게 있어서 바빴습니다. 꽤 오래 비워뒀죠? ^^
[마견]은 개가 나오는 공포영화 중에서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개가 연기를 정말 잘했죠. 저는 드라마는 잘 안 봅니다만, 저 정도 연기하는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거라 생각해요. 물론 그런 뜻으로 하신 말씀은 아니겠지만요. ^0^
1. 결정적인 패착은 "개"의 시각으로 -정확하게는 미쳐돌아가고 모든 사물을 소년과 남자 여자로만 구분하는 - 그리는 묘사를 했던 원작을 쫒아가기는 어려웠다는 점입니다.지금처럼 CG로 개가 말을 하는 시대였다면 나름 괜찮은 배우 하나 써서 더빙했다면 나았지요. 그런 점에서 점차적으로 공포가 가중되는 원작의 재미를 구현하지 못했습니다
2. 헐리웃의 공식?이라고 하는 클리세를 이 작품은 전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예, 애가 죽는거말입니다. ㅋ) 문제는 원작은 그렇게 가중화된 공포를 "애가 죽는다"는 것으로 결말을 지어버립니다. 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잘못으로 애가 죽고,남편은 역시 여자를 방기한 죄로 아이가 죽었고 아이는 죄없이 죽었고 개의 원래 주인 소년은 평생 가슴에 상처를 입고 살아가야 하는 처지이지요. 초기부터 시작된 긴장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는 결말이지만 아마 지금도 원작 결말을 그대로 따르기는 어려울겁니다.
덧: 원작 소설은 대단히 19금스럽습니다. 불륜남이 보복한다고 집을 헝클고 위에 뿌리는 것(?)도 그렇고 영화는 더워서 미치기 직전의 여자가 옷을 대단히 단정히 입고 개와 맞짱뜹니다. 원작은 그것마저도 벗어났지요. 그런 의미에서 대단히 얌전한 영화가 되었지만 그건 감독의 책임만은 아닐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