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ckaroo Entertainment/Universal Pictures/KD미디어
스포일러 있습니다.
라디오에서 [드래그 미 투 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이 영화에 얼마나 만족했는지 알고 있었던 아내는 귀를 기울이며, 도대체 어떤 내용의 영화인지에 대해 곰곰 듣기 시작했다. 역시 라디오인지라 한참 재미있게 설명을 하다가, 적당히 흥미가 일어나는 선에서 더 이상의 설명을 그쳤다. 그러자 반짝이는 눈으로 아내는 물었다. 그녀의 질문은 간단했다. 그래서 그 여자 라미아에게 끌려가, 안 끌려가? 어차피 아내는 안 볼 영화니까 돌리지 않고 명료하게 대답해주었다. 끌려가. 그러자, 아내는 그게 뭐야라고 말하면서 맘에 안드는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이런 뜻이리라. 그 여자가 지옥에 끌려갈만큼 죄를 지은거야?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지옥행이란 억울한 구석이 있는게 사실이다.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러한 반응이 당연하리라 생각한다. 그건 그 사람들이 [드래그 미 투 헬]의 장르적 능수능란함에 현혹되어, 그런 생각을 할 틈조차 없는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게 말하고자 해도 [드래그 미 투 헬]이 사실적인 영화는 못된다. 그래서 말인데 어지간히 잘 만들어진 영화가 아니었다면, [드래그 미 투 헬]은 윤리적 태도에 인하여 뭇매를 맞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드래그 미 투 헬]에 윤리를 가지고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영화는 한없이 위험해진다. 조금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포스를 보여준건 라미아라기보다는 늙은 여인이다. 추한 외모, 역겨운 행동, 신경을 긁는 손톱소리, 그리고 주차장에서의 가공할 습격(고작 단추 하나 가져가려고 그 난리를 피웠나 싶은)까지 늙은 여인은 충분히 흉물스럽고 끔찍하고 불결한 진정한 의미의 괴물로 그려진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집을 빼앗기고 거리에 나앉게 된 할머니를 그렇게 그려내도 괜찮은건가? 아마 이 설정부터가 정치적 올바름을 따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기 시작할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어떤 사람도 존재할 수 있지만, 영화가 제한적 시각의 초점을 그녀에게 맞추는 것은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기에 감독의 의도를 묻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니, 이런 비난은 지나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윤리적으로 접근하자면 영화는 처음부터 이미 주워담을 수 없는 짓을 한 것이다.
샘레이미는 철저하게 늙은 여인을 흉물스런 괴물로 그려낸 후, 그것도 모자라 크리스틴의 손으로 노파의 시신을 훼손해대기까지 이르른다. 그렇게까지 해놓고 반대편에 존재하는 은행 여직원의 승리로 영화를 끝마쳤다고 해보자. 그 결말은 윤리적으로 정당할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녀는 필연적으로 지옥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다. 즉, 이 결말은 그저 장르를 가지고 놀기를 원했던 감독에게는 피할 수 없는 타협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행은 크리스틴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그리고 영화가 택한 결말이라면 저주라는 샘레이미의 개인적 관심 아래 비난을 손쉽게 피해갈 수 있다. 저주를 받는 사람이란 저주를 내리는 사람에 대해 수동적인 구석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 물론 생각을 더 뻗쳐보자면 영화 속의 늙은 여인과 크리스틴의 대결이란 결국 악마와 자본의 대리전이다. 그러니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감독의 정치적 성향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런데 악마와 자본은 어디로 숨었나? 즉, 지금의 세상사란 대가리들은 숨어서 엄한 놈끼리 싸우는 상황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기까지 뻗치기에 영화는 한없이 가볍고 장난스럽다. 비슷한 소재에서부터 출발한 스튜어트 고든의 [스턱]과 비교하면 영화를 보고 윤리를 들먹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윤리를 따져야 하는가? 결단코 샘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은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가진 영화가 아니다. 스크린에서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영화 안에는 현실의 파편들이 널려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도덕론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째서 롤러코스터 공포물에서는 죽음이 정당화될 수 있는거지?"라는 질문 대신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어째서 모든 사람이 정치적으로 온당한 이야기만 해야하는거지?" 나는 아무리 옳은 말이라고 해도 모두가 같은 말을 하는 사회가, 적당히 불온한 이야기들(행동이 아니다!)이 넘쳐나는 사회보다 수만배는 무섭다.
[이블데드3]에서는 두 명의 자아로 분열된 애쉬가 서로 싸운다. 오리지널 애쉬가 "넌 누구냐?"라고 묻자 악령에 씌인 애쉬가 "난 나쁜 애쉬"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오리지널 애쉬는 그에게 한 방을 먹인 후, 이렇게 말한다. "나도 그렇게 좋은 녀석은 아니야." 그 말처럼 샘레이미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데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다만 자신을 해하려는 자와는 싸워야 한다. 그게 바로 장르의 원동력이다. 그는 장르 위에 올라타서, 적당히 완급을 조절하며, 관객의 흥미를 끌어낸다. 다소 낡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며, 자기 복제적 장면들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만화 특유의 허풍들로 스크린을 채우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어떤 의미로는 요즘 관객에게 먹힐 수 있으리만큼 깔끔하기까지 하다. 단연코 올 여름 최고의 공포물이 아닐 수 없다.
2009. 6. Argento.
덧. 제왕의 복귀라고? 아니다. 악동의 복귀다. 낄낄낄.
<이블 데드>를 재복습하면서 샘 레이미를 다시 알아봐야겠어요. 그러나 제가 고지식한 것인지. 그냥 웃고 넘길 수 없는 뭔가가 있네요. 그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생각나게 되면 포스팅하기로 하죠. 다녀갑니다. ^^
그 뭐시기냐,,, 고지식하다기보다는 그저 성향의 차이가 아닐까 싶어요. 영화란거 답은 없는거니까요.
악동의 복귀 ㅎㅎㅎ 그렇군요. 어찌됐건 너무 재미있었던 영화에 한표 추가로 던집니다.
두번 봤는데도 또 보고 싶은 영화라고 해야 할지 :)
두 번 봤는데 또 보고 싶은 영화란거 쉽지 않죠. ^0^
아, 정말 엄청 재미있더라고요. 끝으로 달려가는 시간이 어찌나 아쉽던지..
이 페이스 그대로 이블데드4까지 쭉!!!!! ㅠㅠ
[이블데드4]보다 차라리 [드래그 미 투 헬]의 속편이 더 기다려진다는,,,
누구에게 화를 내야하는지도 모르는 민초들의 울분은 그들을 충분히 악마로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눈앞의 대상에게 화를 토해내고 마는 모습이 우리내 모습과 별다를게 없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간만에 정말로 낄낄거리고 웃으면서 아주아주 즐겁게 보았습니다. 공포영화 못보는 와이프도 좋아했을 지경이니 샘레이미의 솜씨는 명불허전입니다요. ^^
아마 영화 속 정치적 메시지를 꼽아내자면 그 말이 정답 정도 될꺼야. 뭐, 정작 본인은 낄낄거리기를 원했던 것 같지만.
확실히 샘레이미는 장르 마스터는 맞는 것 같아.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유머러스한 영화이기도 했지만, 완급조절 능력이 탁월한 영화이기도 했어.
보면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러고보니 모임날이 어느새 되어버렸네요. 비록 저는 가지 못하지만 ㅠㅠㅠㅠㅠㅠ
아쉽네요, 이번에는 보나 싶었는데. 어찌 되었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0^
롤러코스터보다 더한 짜릿함과 한 없이 구릿한 찜찜함을 동시에 느꼈어요.
그래도 원츄입니다만. 히히.
따지고보면 굉장히 잔인하고, 지저분하고, 찜찜한 스토리는 맞아요. 그쵸? 정신없이 재미있어서 그렇지.
정치적인 옳고그름이나 계급적 대결은 미처 생각치도 못했는데 아..그러고보니 그렇네요.랄까요. 그렇게 생각할 거리들이 있어서 더욱 재밌어요. 여기와서 다른 분들의 글들을 읽고있자니 정말 다들 영화를 재밌게 보는구나 싶어서 부럽네요.
아마도 그래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서로 나누는 것이겠지요.
그럼요, 한 영화는 극장 바깥을 나와서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같아요.
런치님, 자주 들러주세요~
와 다리오아르젠토의 아르젠토인가요.
그러게 우리 신랑도 , 그래서 죽어 안죽어?하고 묻더라구요.다들 그게 궁금한가봐요.
그나저나 정말 옛날 생각나게 한 공포영화였어요
저 아는 사람들은 다 그거 물어보던데요. 굉장히 궁금한가봐요. 사실은 저도 노파 그려내는거 보면서, 저거 어떻게 주워담으려고 그래? 이런 생각했었어요.
말씀처럼 조금은 철지난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포영화였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기도 했지만요.
스포일러 있다고 해서 글을 아직 읽진 않았어. 너를 비롯 워낙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해서 보고 싶긴 한데...아직 용기가 안나.ㅠㅠㅠ 아, 무서워..흑..ㅠㅠ
흐미..위 덧글 죄송해요..ㅠㅠ 시광님 블로그 글인줄 알고....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반말 해서 놀라셨죠? ㅠㅠ 비번 설정을 안 해놔서 삭제도 안 되네요..쩝..암튼 죄송요! 주말인데..흐미..
용진, 내 블로그 맞는데?
쿡쿡쿡, 쫄지 말고 봐. 재미있다니까. ^^
저는 여주인공이 불쌍하더라구요.
과연 저주를 받을만한 짓을 한건가.
저도 직장인이라서 그런진 몰라도
내가 과연 저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라도 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그 상대가 저주를 걸 수 있는 노파가 아니기를 바래야겠군...'
뭐 이런 생각 말이지요.
영화를 보는 중에는
노파에게 일말의 동정심도 느낄 수가 없었어요.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제발 저 망할 할망구 좀 어떻게 해봐~!!"
외치며, 주인공을 응원해야 했으니까요ㅡ.ㅡ;;
그렇게 생각하는게 보통일겁니다. 저주받을만큼 큰 죄를 지은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할머니를 완전히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놓기도 했구요.
하지만 한국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더라면, 설정부터 까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옥으로 끌려가는 설정이 아니라, 할머니를 그려낸 설정 말이죠. 너무들 진지한 것 같아요. 그러니 코미디 영화에서조차 억지 감동을 만들려고 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영화보기전 대출갚으라는 통보를 받아서 그런지 전 은행이 미웠습니다. 편가르기를 하자면 할머니편이었다고나 할까요.
여튼 계속 무과장이 떠올라서 웃기기도 하고...(사실 전 무과장이 두렵습니다. -_-;;;;)
어이쿠, 대출,,, 그러고보니 저도 갚을게 좀 있기는 하네요.
할머니를 정말 극악하게 그려내는걸 보면서, 저걸 어떻게 주워담으려고 그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그런 생각은 다 날아가버렸어요. ^^
오랜만에 재미있게 본 공포영화였어요.. 보면서는 여주인공의 편이었고, 극장을 나오면서부터는 할며니의 편이 되버렸으니 이래저래 많은 여운이 담긴 영화였다고나 할까요.. ^^;
둘이서 싸우는데 둘 다 탓할 수 없는게 요즘 같습니다. 나쁜 놈들은 어디에 모두 숨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