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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2 만우절 해프닝 (23)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을 의심했다. 낯선 풍경이었다. 절반을 훨씬 넘는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앉아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째서 저런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인지 의아해서 나는 물었다. "이건 정말 몰라서 묻는건데, 어째서들 교복을 입고 있는거죠?" 그랬더니 학생들은 내게 말했다. "오늘 학교 가요." 순진하게도 나는 두어 시간 동안 그 아이들이 모교를 방문하는거라 믿었다. 나도 모교를 방문해서 학교 설명을 해준 적이 있었기도 하고. 그런데 강의실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실은 내가 한 짓이란 "만우절날 아침에 내게 거짓말을 해주세요."라는 부탁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우절날 아침에 한 얘기를 어떻게 믿지? 물론 그 아이들이 가짜고교생 흉내를 내기 위해 진짜 자신의 학교에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그 말이 틀린게 아닐 수도 있다. (비록 내가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지금도 그 아이들의 발언의 사실 여부가 알쏭달쏭하기는 하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아침의 해프닝이 꽤 유쾌한 경험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는 강의를 듣는 대상은 보통 09학번들이라서, 그들은 교복이 상당히 잘 어울려 보였다. 물론 여학생들은 화장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 화장이 그럴듯하고 익숙해보이는 정도는 아니라서, 오히려 방과 후에 화장을 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여고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남자들은 구분하기도 어려웠고. 어쨌거나 교복 등교란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의 내가 교복을 소화하는 것이야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도, 당시의 나라고 해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 나오지는 못했을 것이기에. 일단 튀어보이는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다가, 졸업을 하자마자 교복을 누군가에게 줘버려서 입을래야 입을 수도 없었다. 나도 모르게 한 마디 탄식이 새어나왔다. 저 아이들은 나와 다르구나.

조금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런게 세대차이일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그게 꼭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만우절에는 유쾌하게 거짓말을 하고 놉니다라는 원칙이야 변한 것이 없지만, 그래도 구체적 형태란 계속해서 변한다. 세상이 재미있는 이유란 그런게 아닐까? 늘 같은 것만큼 진부한 것도 없을테니까.

2009. 4. Arbo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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