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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두서없이 떠오르는 기억이 늘 그러하듯, 영화는 시간의 연속성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의 날들은 1일부터 500일로 달려가지 않고 뒤죽박죽 날짜들을 오가고 있습니다. 원래 영화란 편집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벗어날 수 있으니 그 사실이 그리 새로운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무척 재미있고, 참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저런 생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형식 때문이었는데요, 사실 형식 그 자체도 즐거움을 주는 법이잖아요? 게다가 참신함이란 적절한 적용으로부터 나올 수도 있는거구요. 톰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화면분할 역시 기법 역시 충분히 참신하고, 즐거웠습니다. 그 외에도 꽤 아기자기한 구석을 갖춘 영화입니다. 톰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도 그렇고, 꽃을 든 남자의 표지가 그려진 링고스타 레코드도 그렇고(영화에서 두 차례 나오는데 주는 정보가 다릅니다).
사실 영화를 선택한건 두 배우 때문이었고, 두 배우의 매력 역시 그 기대에 부합했지만, 그보다는 이야기 자체가 더 맘에 들었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연애이야기야 원래 대동소이한 법이고. 어쨌거나 [500일의 썸머]를 간단히 정리하면(길게 적다가 지워버렸습니다. 쓰다보니 참을 수 없이 진부해지는 것 같아서요), 어디에나 널려 있는 실연한 이들에게 애정 어린 위로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고 따스한 작품이죠. 진정으로 상대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상황까지를 그려내고 있으니까요. 물론 영화 [졸업]의 엔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추천합니다.
2010. 1. Argento.
(500) Days of Summer, Mark Webb. U.S.A. (2009)
덧 1. 운명이란 사전적인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대개 사후적인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결과들을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는 단어라고 해야할까요. 사실 (인과관계 없이 일어나는) 객관적 사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할 때, 그것은 운명도, 기담도, 기적도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운명, 기담, 기적 등의 단어를 혐오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이 뭐라 불리는지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관계 그 자체보다 연인이나 남자친구와 같은 수식어가 중요한건 아니듯이 말이죠.
덧 2. 저는 실연한 후배나 친구들에게, 여자를 잊기 위해 여자를 만나지는 말라는 조언을 종종 합니다. (불행하게도 지난 달 역시 조언을 할 기회가 있었군요) 그건 상대(여자)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후배나 친구들을 위해서 그러해야 한다는 조언이었지요. 여자를 잊기 위해 여자를 만나는 이들의 경우, 딱히 맘에 드는 여자가 아니다보니 쉽게 헤어지게 되고, 그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하다가는 이별에 너무 쉽게 적응해버리고서(사실 연애란 수없이 많은 난관을 넘어가는 과정인데, 이별이 습관이 되고나면 난관의 턱이 그리 높지 않아도 그냥 접어버리게 될 수도 있어요), 결국 난 여자 만날 사람이 아닌가봐라는 자학에까지 이르게 되는 모습들을 적잖이 목격해왔거든요.
게다가 그건 결국 제 문제이기도 해요. 실연한 이를 보는 것도 괴로운데, 자학까지 하고 있는건 못 들어주겠거든요. 대신 저는 솔로인 시간 동안을, 너 자신에게 투자해라라고 조언하고는 했어요. 언젠가 여자란 나타나기 마련이고, 그 동안 좀 더 좋은 남자가 되어 있는 편이 나을거라고. 물론 훈수꾼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란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팔짱 끼고 한 발 떨어져서 말하기란 아주 쉬운 일이죠.
어쨌거나 새로운 만남으로 영화가 끝나기는 하지만, 영화의 결론 역시 비슷한 것 같아요. 자신이 혐오하는 광고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건축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 아주 좋은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톰이 사표를 내는 장면은 다른 의미에서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광고에 대한 톰의 견해는 현대사회에 대한 어떤 통찰력을 가지고 있어요. 사실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들의 목적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환상을 욕망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평생을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을 추구하고 살아가는건 너무 슬픈 일이죠. 그것을 자신의 취향이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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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500) Days of Summer, 2009)
Different Tastes™ Ltd. 2010/01/27 14:16500일의 썸머 감독 마크 웹 (2009 / 미국)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조이 데이셔넬, 패트리샤 벨처, 레이첼 보스톤 상세보기 ★★★★☆ 상당히 만족스러운 청춘 멜러. 마지막 씨퀀스에서 완전 반했다. 조셉 고든-레빗과 조이 데이샤넬의 매치업은 절대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점을 주기는 어렵다. 조셉 고든-레빗은 무척 인상적인 배우이긴 한데 이런 로맨틱 코미디 보다는 스릴러 쪽에 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반면 조이 데이샤넬은 역시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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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 디지털 ((500) Days of Summer)
배트맨이 들려주는 이야기. 레이첼도, 알프레드도 없... 2010/01/27 23:19포스터에 배우 두 명의 이름은 인쇄되어 있지만, 이들과는 달리 대놓고 이름을 드러내지도 못했던 무명에 가까운 마크 웹 감독이 연출을 했습니다. 제작비는 750만불에 불과하고요.이처럼 겉 모습만 본다면 초라함마저 느껴질 수도 있었던 로맨틱 코미디 작품인데요. 북미의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골든 글로브에서는 뮤지컬/코미디 부문의 최우수 작품상 후보로도 올라갔었고요.관객...



저는 애니홀이 생각 나더라고요. 결론은 약간 다르지만요 :)
역시 우디 알렌 팬이신 dcdc님답네요. 실은 저도 그랬답니다. ^^
또한 이 영화 역시 오래동안 기억될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도 생깁니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마크 웹, 이 양반 참 영악한 연출을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긍정적인 방향으로요. <스파이더 맨> 리부트 작품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엔딩에서 개연성을 완전히 들어내줬음 별 다섯 개 모두 주고 퍼펙트를 외쳤겠지만, 충분히 좋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도 이랬으면 좋겠는데, 갈 길이 참 멀어보입니다. 물론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장르에서 이런 작품은 자주 나오는 것이 아니지만요.
예, 연출 잘하던데요. [스파이더맨]도 꽤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조셉 고든 래빗이 피터 파커 역을 맡으면 더 좋을 것 같구요.
사실 제가 많이 접하지 않는 장르인데, 그래도 이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든거 보면 좋은 작품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봅니다. ^^
이영화 보고 느낀건 음 운명이란 없다. 그냥 운명이란 그저 스스로 만족하기 위함이다. 인연이란 운명적인건 아니다. 그저 다 내가 만드는거다 . 뭐 이런게 느껴지던데요.
^^;; 그냥 보고 나니 뭔가 씁쓸하기도 하고 희망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톰이 섬머를 보고 느낀 것을, 섬머가 톰에게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파경의 주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란건 둘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항력적인 구석이 늘 있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비록 둘의 마음이 엇갈렸다고 할지라도!! 계절이란건 지나가고 또 오는거니까 당시의 감정만큼 절망적인건 아니에요. 새로운 계절에 대비하는 것 외에 사람이 할 수 있는것도 없구요. 운명이란게 있든지 없든지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