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기획, 딱 거기까지 - 여배우들
가히 기획의 승리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정보를 처음 얻은 순간부터 이렇게 생각했다. 거의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여배우들을 모아둔 것만으로도 게임 셋이라고. 감독도 그랬을까. 영화 속에서 감독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저 정도 배우들을 모아놓았으니 나는 자중해도 되겠어라는 무의식적 태도가 느껴진다.
물론 그러한 태도는 영화의 컨셉 탓으로 돌릴 수도 있을테지만, 솔직히 좀 심심하다. 모임에 나타나는 시간이나 자신이 입을 옷을 두고 보이기 시작하는 은근한 긴장은 그저 은근하다가 말고, 다시는 안 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갈등상황은 쉽게 무마된다. 주최측의 실수로 비싸디 비싼 크리스마스 이브의 시간을 빼앗기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불같이 성을 내는 이는 없다. 뭔가 있기를 기대하는데, 그냥 물흐르듯 지나간다고 해야할까.
속된 말로 주제도 희미하고, 자극도 희미하다. 그건 나쁜 말은 아니다. 소소함 역시 미덕일 수 있으니까. 주제의식이나 갈등 대신 영화 속을 메우고 있는 것들은 그녀들의 솔직한 경험들에서 나오는 재치 있는 입담이다. 사실 이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다.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뒷얘기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는거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런 이야기들도 이미 언론에 많이 공개되었다는 것이다. 그나마 덜 공개된 최지우 - 김옥빈 - 김민희 라인은 윤여정 - 이미숙 - 고현정 라인(소위 '무릎팍 라인')에 비해 지나치게 존재감이 엷기도 하고. 그러니 평소 예능 프로를 자주 보았던 이들이라면, 그나마의 즐거움도 재탕일 수 있겠다.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모자라지 않을 즐거움이겠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느낌은 대동소이하다. 기획은 훌륭하나, 딱 거기까지.
2009. 12. Argento.
덧 1. 혹자에게는 그 솔직이라는 것, 연기된 솔직함이 분명하므로 어딘가 가증스러울 수도 있겠다, 예를 들면 고현정의 털털함은 나 이제 괜찮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슬픈 아이의 오버스러운 밝음에 가까워보이며 때로는 부담스럽다. (고현정의 연기에 시비거는 것은 아니다. 나, 고현정 엄청 좋아한다.)
덧 2. 개인적으로는 영화 초반부의 김옥빈의 행동들이 재미있었다. 왠지 어리버리 이등병 시절이나, 신입사원 시절이 떠오르기도 해서.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역할에 어리버리 하다는거지, 사람이 어리버리하다는건 아니다. 그 시절의 나 역시 지금과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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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듣고 싶어지는 그들의 하고싶은 말들 - [여배우들]
컬쳐몬닷컴 2009/12/17 17:15ⓒ 뭉클 픽쳐스 여배우들 감독 이재용 출연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등 제작 뭉클 픽쳐스 2009. 한국. @ 롯데시네마 요즘 TV의 예능프로는 리얼이 대세가 된지 오래다. 기본적인 컨셉만 구성한다음, 그 안에서 실제 상황을 만들어내며 결과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대부분 예측대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전개와 그런 프로를 이끌어가는 출연진들의 입담은 여러 쾌감을 전해준다. 이제 TV에서..



연기된 솔직함이 분명하긴 한데, 그럼에도 고현정의 연기는 보는 이를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괴력을 발휘했던 것 같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의 김포 황놀부네 막내딸로 나올 적 부터 그녀의 연기를 지켜봐왔는데 여전히 고현정은 흥미로운 존재로구나. 김민희의 차기작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으로서, [여배우들]을 기대했었는데 비중이 그리 크진 않더만. 물론 이따금씩 4차원스럽게 한마디씩 툭툭 던져주는 그녀는 인상적이었지만. 고참 3인방이 본인들의 과거사를 털어놓은 것처럼 김민희도 그녀의 옛애인인 이정재에 대해 털어놓았다면 많은 이야기꺼리들이 양산되었을 텐데. 이재용 감독, 고현정, 이미숙, 최지우가 이정재와 한차례씩 작업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니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얘기했는데 편집된 것이려나?
고현정이 상병 노릇 잘 하더만. 존재감이나, 연기력은 대단하더라고.
너무 고참 3인방에 비중이 쏠려 조금 아쉽더라. 어쩌다보니 이미숙, 윤여정, 고현정 편을 무릎팍도사에서 다 봤었거든. 적잖게 재탕이었던 느낌.
아마 편집된 대사들은 꽤 많았을거라 생각해. 어쩌면 위험한 대사들도 있지 않았을까? 이정재 이야기도 어쩐지 조금 위험할 것 같다. ^^
다세포 소녀가 쫄딱 말아먹은 뒤로 오랜 잠수 후에 작업에 들어가신 이재용감독님이라 기대중이긴 합니다만...
이번에는 안전노선이었나보네요. 하긴 이번에는 홀수니까 그럴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네, 여러모로 안전해보이더군요.
사실 "8femme"의 영화같은 기대를 살짝 가지고 있었지만 보고나서 약간 심심하다는 느낌이.. ㅎㅎ
그래도 윤여정씨와 김옥빈씨 담배장면같은 건 귀엽던데요.. ㅎㅎ
여배우들을이리 모아놨다는 기획만큼은 괞찮은 시도라는데 찬성입니다.
전 딱 생각했던 만큼만 보고 나왔어요. 뭐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기대에는 호응을 안해주더군요.
대체로 김옥빈이 나오는 장면들에서, 김옥빈은 꽤 귀여웠습니다. 커피 타러 알아서 뛰어다는걸 보면서는 군대생활이나 입사초년차 생각도 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