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나는 별다른 계기 없이 갑자기 담배를 끊는 편이었다. 예를 들면 새벽에 눈을 떠서 담배를 피고 싶어 담배를 찾는데 담배가 없고, 당연히 그 시간에 사러나가기는 귀찮고, 그러면 그냥 끊어야지하고 끊어버리는 식이다. 약 2주 정도 지나면 금단현상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보통 그렇게 끊으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간다. 따져보면 처음 흡연을 시작한 군대시절 이후 10여년 동안 내가 담배를 핀 기간과 피지 않은 기간은 대략 반반 정도 될게다. 그래서 나는 담배를 언제라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나의 의지를 과신한 턱에 쉽게 담배를 다시 피고는 했다. 당연하겠지만 고생하지 않고 얻은 것은 쉽게 잃기도 하는 법이다. 어찌 되었건 최근 그런 인식이 단지 엄청난 착각에 불과하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담배를 쉽게 끊을 수 있기에 담배를 쉽게 다시 태워왔던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담배를 다시 즐길 수 있다는 보험 하에 그것을 쉽게 참아왔던 것이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결혼 후에는 영원히 담배와는 안녕이 될 것이니, 그 때까지만 담배를 피워야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닥쳐보니 그게 안되더라. 이번에 담배를 끊으면 이 좋은 것(?)을 다시는 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런고로 종종 들어왔던 것처럼 담배를 한 번 입에 댄 사람에게 금연 - 말 그대로 담배를 끊는 것이 아니라 - 이란 단지 평생 참는 것에 불과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새해에는 정말 거창한 마음을 먹고 담배를 참아볼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자신없다.

2008. 12. Arbor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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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는다, 는 말이 꼭 어울리는 일

    나무피리의 하얀사과빛 .. 2009/06/03 16:47

    ArborDay 님의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

  1. 도로시 2008/12/24 12:34

    끊는것도, 참는것도 자포자기한 상태라.. 담배가 내 인생을 조종하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 듭니다...

  2. ArborDay 2009/06/03 12:06

    저도 그런것 같네요. ㅠㅠ

  3. nabiko 2008/12/24 12:43

    저도 그냥 참지 않기로 했습니다...너무 힘들어요 금연은..

  4. ArborDay 2009/06/03 12:06

    일단 참아야할 이유들은 생기고 있는데,,, ㅠㅠ

  5. BANG 2008/12/24 12:47

    열달째 참고 있습니다. :)
    그럭저럭 끊을 만 하다고 생각 하는데 가끔 정말 그 담배라는 것이 미치도록 필요할 때(?)가 있더군요. 그럴 때 정말 담배는 참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6. ArborDay 2009/06/03 12:06

    열달이면 이제 안정권에 접어들었네요. 그 유혹을 잘 견뎌나가시기 바랍니다.

  7. 나무피리 2008/12/24 13:22

    어우 이거 진짜 공감인데요,. :)
    저도 언제 엮어서 써봐야겠어요^^;;;;;

  8. ArborDay 2009/06/03 12:06

    트랙백 기다릴께요. ^0^

  9. 대마왕 2008/12/24 13:31

    웬지 선문답 같은 생각이 드네요. 담배는 참는 것이라니 -_-;; 왠지 슬퍼지네요.

  10. ArborDay 2009/06/03 12:06

    흐흐흐, 선문답이라는게 의외로 와닿는 구석들이 있다니까요.

  11. erazerh 2008/12/24 16:07

    어제 저녁부터 담배가 다 떨어졌어요. 사러나가고 싶은 마음과 더 이상 담배의 노예로 살지 말자는 마음이 한창 충돌 중이었는데.. 담배를 더욱 피우고 싶게 만드는 포스팅이십니다..;; 완전 공감이에요.

  12. ArborDay 2009/06/03 12:06

    다들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듯. ㅠㅠ

  13. 雅人知吾 2008/12/24 18:42

    1년에 두번정도 담배로 목감기를 앓는데 그 때마다 이거 암아냐...하는 공포를 느끼면서 정말 이번엔 끊어야지 하다가도 나으면...나으면...

  14. ArborDay 2009/06/03 12:06

    갑자기 갈비뼈 있는데 통증이 오면 설마,,, 라고 생각합니다. 건강검진도 꾸준히 받아야한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런 불안함 속에서 도대체 왜 피워대는지.
    인간이란 꽤나 불합리한 존재같아요.

  15. 칼스매냐 2008/12/25 02:24

    독한 놈이 되리라 작심한지 2년이 다 돼가네요.
    평생 참는다는 말이 맞아요. 평소엔 무덤덤하다가도 아주 무심하게 한번쯤 생각날 때가 있어요.
    여하간 세상이 달라지진 않지만 담배값은 확실히 굳습니다. ㅎ
    확실한 건 뭔가 계기를 만들어서 끊으면 오히려 끊기 힘든 거 같아요. 그냥 끊자, 하고 그때부터 끊는 게 더 확실한 방법인 듯.

  16. ArborDay 2009/06/03 12:06

    담배값만 굳어도,,, dvd를 몇 장은 더 사는건데,,, 흠흠. 독한 놈 2년이라 부럽구만. 독해지긴 해야하는데,,, 끙.

  17. Ginger 2008/12/25 22:47

    새해에는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지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

  18. ArborDay 2009/06/03 12:06

    감사합니다. 저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19. 연주 2008/12/27 18:09

    흡연자가 된 이후로 한 번도 끊어보지 않았는데... 약속한지 5일 남았습니다. 살려주세요 ㅋ

  20. ArborDay 2009/06/03 12:06

    저 역시도,,, 힘내서 삽시다.

  21. ssita 2008/12/29 20:04

    저도 10년 담배 끊은 사람들을 보면 '당신은 담배를 끊은게 아니라 10년을 참았을 뿐이에요'라고 못된 말을 하곤 합니다. 담배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것은 평생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지독하고도 잔혹하고도 달콤하지만 처절한 중독입니다. ㅜㅜ (저도 결혼하면 끊을거에요라고 말한답니다.;;;)

  22. ArborDay 2009/06/03 12:06

    못된 말이지만 정답에 가까운 것 같아. 이번에는 정말 안 끊어지네. ㅠㅠ

  23. 천용희 2008/12/30 01:15

    아예 배울 수 있는 시기부터 배우지 않았죠. 아버지가 제가 어린 시절부터 담배를 피셨던 게 오히려 담배에 대한 무의식의 거부반응을 만들어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24. ArborDay 2009/06/03 12:06

    쿡쿡쿡, 무의식의 거부반응 정도야 충분히 깨지더랍니다. ^^;;

  25. 뽀뽀 2010/02/03 20:20

    와..완전공감이네요..담배 안태운지 1년됬는데 지금도 아~주 가끔씩 몹시 피우고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곤해요. 답답할때 담배피우면 가슴이 뻥~뚤리는 느낌이었는데ㅎ 근데 담배안피우니까 가슴이 답답할일도 없어요..담배피우면 담배피우고싶은거 자체가 다 스트레스였던듯..ㅜㅜ그리고 얼굴혈색이 완전 달라지네요~모두 금연시도해보세요~~

    • Argento 2010/02/04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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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늘 맘대로 잘 안되네요. 정말 끊어야 되는데. 몸 나빠지는 것도 하루하루 절실히 체감되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