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 영화는 상당히 미숙해보인다. [고사]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장면들 - 비교적 근작인 [쏘우]나 [킬위드미]까지 망라한다 - 을 영화 전편에 늘어놓는 것에 그치고 있는 듯 보인다. 늘어놓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큰 문제는 자신이 가져온 영화들의 장면이라는게 어째서 그토록 인상적이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담]의 중얼귀신은 무섭지만, [고사]의 중얼귀신은 무섭지 않다. 이는 준비과정에 공을 들임으로써 한 장면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감독의 연출력이 미흡 혹은 전무했음을 나타내는 단적인 증거다. 창감독의 정신없는 컷과 컷 역시 긴장감을 자아낸다기보다는 산만함을 주는데 일조한다.
이야기도 산만하다. 산만한 이야기는 원혼의 잘못된 사용에서 비롯한다. 왜 하필 그 때서야 미치는가? 왜 하필 그 때 귀신의 꿈을 꾸는가? 등등 귀신과 관련한 모든 부분은 관객을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즉, [고사]가 원혼을 다루는 방식은 진부하고 서툴기 짝이 없다는 뜻이다. 영화 속의 귀신은 아무런 개연성도 없이 나타나 분위기만 잡다가(분위기라도 잘 잡으면 다행인데)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다. 왜 이런 귀신을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가? 나는 그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다. 원혼조차도 자신의 역할이 불만스럽지 않았을까? 사람과 귀신 사이를 오가며 관객에게 궁금증을 주고자 한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사람이면 사람, 귀신이면 귀신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진득히 밀고 가는 편이 훨씬 나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정리하자면 [고사]는 흥미로운 구석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모로 부족함이 드러나는 영화다. 한국공포물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는 이에게, 그 목마름이 [고사] 한 편만으로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더 심해진다면 모를까.
2008. 8. Arborday.
덧. 그런데 답안지를 어디에 내야 하나요? 정답을 맞췄더래도 별로 살려줬을 것 같지는 않지만.



![[블루레이] 소셜 네트워크 (2disc)](http://image.aladin.co.kr/coveretc/dvd/coveroff/9306502761_2.jpg)



덧글
새침떼기 2008/08/01 13:25 # 답글
흠, 안 봐도 되겠군요.잘 됐다. 시간도 없는데..;
ArborDay 2008/08/02 15:17 #
굳이 시간을 낼 필요까지는 없어 보입니다.
천용희 2008/08/01 13:55 # 답글
어찌보면 올해 만들어지는 공포영화가 없었다는게 이 영화를 6개월만에 만들게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쓰읍...어차피 목적이 그쪽이었으니 답안이 제한시간안에 안 나오는 문제를 냈겠죠.
P.S. 상영시간 몇분이었나요? 제가 부천에서 볼 때는 100분이었는데요.
ArborDay 2008/08/02 15:18 #
상영시간이 몇 분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영화 시작도 좀 늦었던데다가 상영전 행사도 좀 있었고 해서.
종이우산 2008/08/01 14:07 # 답글
일단 제목 선택부터 영....감각 없음이 느껴지던지라 ㅜㅡ
ArborDay 2008/08/02 15:19 #
그러셨군요. ^^
2008/08/01 14:0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ArborDay 2008/08/02 15:19 #
쿡쿡쿡, 그러게 내가 못한 말을 대신 해준 기분이기도 해.
Ginger 2008/08/01 15:36 # 답글
뭐... 쪽박 확정이네요;
ArborDay 2008/08/02 15:20 #
돈도 워낙 적게 들었고, 한국호러가 이거 한 편이니까.흥행여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풍류도인 2008/08/01 16:05 # 삭제 답글
뭐 처음부터 기대도 안 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ㅡㅡ!
ArborDay 2008/08/02 15:20 #
기대도 안했다며 뭐가 아쉬워.
2008/08/01 23:3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ArborDay 2008/08/02 15:20 #
설마,,, 남규리가 맞짱을 뜨고 싶었던건 아니겠죠. 그녀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
하치 2008/08/02 16:40 # 답글
제목, 주연 등등 처음에 공개되었을 그 순간부터 좀 황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남규리가 뛰어오는 그 스틸컷은 새로운 '택배왔어요' 짤방이 될 정도로 남규리 연기에 대해서도 우려가 됐었고요. (물론 기대도 안됐지만요)
쏟아지는 혹평들을 보며 '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하는 호기심이 자꾸 고개를 드네요? ^^; 물론 보러 가진 않겠지만요.
그나저나 올해 한국 호러영화가 정말 이거 한편 뿐이라면, 진짜 좀 암울하군요 -_ㅜ
ArborDay 2008/08/03 02:27 #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않기를 바라고 이 글을 쓴건 아닙니다. 제 기준이란게 가이드가 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많구요. 혹시라도 궁금해진다면 일단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물론 보기 싫은걸 악평때문에 보고 싶게끔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풍류도인 2008/08/03 00:02 # 삭제 답글
남규리 때문에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는....... ㅠㅠ 흑흑 아아 남규리여~~~
ArborDay 2008/08/03 02:28 #
남규리 같은 아이를 데려갔으면 그녀에게서 어떤 이미지를 찾아 뽑아줬어야 하는데, 그런게 없었던 것 같아. 딱 우려했던 것만큼의 연기력을 보여주더라고. 슬펐어.
예영 2008/08/03 17:22 # 답글
우리나라에서도 캐리나 페노미나 같은 미소녀 주연의 걸작 공포영화를 자꾸 만나고 싶은데, 요즘은 부진하군요;;;;;;;;예전에 여고괴담 때는 참 좋았는데.......
시험문제 내서 콰악~~~ 이거 소재는 참 좋은 건데, 잘 못 살린 모양이군요. 연출력이 중요한 건데, 공포영화들의 연출력이, 연출력이........ 흑흑;;;;;;;;;;;;;;
예전에 만화 아파트를 영화로 만든 것도 결론은 실패작이었단 소리를 듣고, 소재가 좋아도 감독의 연출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안되는구나 싶었더랬습니다.
공포영화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라든가, 뭔가 내공이 쌓여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공포영화계, 아아....
ArborDay 2008/08/03 17:44 #
동감합니다. 존카사베츠 같은 거장의 작품을 보면서도 작품이 거듭될 수록 영화가 나아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한 두 편 영화를 말아먹으면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감독이 내공을 쌓는건 참 어려운 일 같다는 한탄도 들고 말이죠.
Meren 2008/08/07 02:35 # 삭제 답글
저 역시 이 영화의 예고편만 보고 안보겠다고 결심해 버렸답니다. 왜냐면 전 쏘우와 킬 위드미를 전부 다 봤었거든요. 뭔가 익숙한 영상은 공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긴장감을 떨어트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보지 말아야 겠다. 하고 있는데 이런 평이라니 이건 DVD로도 패스 입니다.
ArborDay 2008/08/08 12:40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사]는 올 여름 손익분기를 무사히 넘길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짧은 러닝타임과 차별화 전략으로 [다크나이트]의 덕을 많이 볼 것 같기도 한데다가, 워낙 적은 돈이 들었거든요. ^^;;
2008/08/10 02:47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ArborDay 2008/08/10 12:02 #
솔직히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영화 끝나고 크레딧에 올라오는 장면보다 좋은 장면이 영화에 한 장면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말은 칭찬인 동시에 너무 심한 혹평인것 같아 자제했었죠.
지킬 2008/08/24 02:06 # 답글
공포를 가장한 스릴러 영화랄까요...제가 [다크나이트]를 볼까 이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거 아닙니까. 사람이 뭔가에 홀리면 무슨 짓이든 한다니까요.
ArborDay 2008/08/24 18:18 #
지킬님 역시 한국영화에 대한 편애(?)를 가지고 계신 것이 자명하군요. 트랙백 확인하러 가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예영 2008/08/25 09:07 # 답글
와! 드디어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감상문 보내드립니다~~(제 관점이 좀 특이한 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귀신 장면은, 그냥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그 학생이 그 무서운 장면을 목격하고 정신적 충격을 받아서 환각을 본 게 아닐까~ 즉 정신병 증세가 아닐까...... 그렇게 추측해봅니다. 진짜 귀신의 작용은 영화 설정상 아닌 것 같습니다. 이건 살인마 영화니까요.
ArborDay 2008/08/25 23:19 #
타이밍이 중요한거죠. 일년이 지난 시점일텐데, 왜 지금 미쳐야 할까. 그냥 갖다붙이기 위해 사용한 설정이라는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그 설정이 영화 전반에 무슨 함의를 가진 것도 아니고.트랙백 글을 읽어보았는데 저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