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로 실화를 재현한 작품들은 별반 무섭지도 않고 재미도 없는 편이다. 특히 그 소재가 실화이겠거니라고 받아들이기 쉬우면 쉬울수록 그러하다. 스크린을 통해 현실성을 한꺼풀 벗은 영화가 현실의 참혹한 사건보다 더 무서울리가 없지 않은가. 집이라는 공간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무차별살인이라는게 더 무서울 수 있음을 보이는 [노크]의 이야기는 전혀 신선하지 않다.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나 그것을 알고 있다.
[노크]에 호기심이 동하게 만든 가면청소년들 역시 어디에선가 본 듯 한 느낌이다. 허연 가면에 숨소리를 남발하는 남정네에게서 [할로윈]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일테고, "타마라 있어요?"라며 가택침입 테러를 일으키는 타인에게서 [퍼니게임]의 "달걀 주세요"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가면을 쓰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 생각할게 뭐 있다고 - 모습에서는 [스크림]의 고스트페이스를 연상할 수도 있고, 뭐 이것저것 떠오를 작품들은 꽤 있을게다.
나는 선배영화들을 차용한 영화에 큰 반감을 가지는 편은 아니다. 재미있으면 땡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러나, 그것은 각각의 재료를 알맞게 섞어 자신만의 양념으로 맛을 내는 영화들에 한한 것이다. 솔직히 [노크]는 너무 안이하다. 대개의 연출은 바로 다음 장면이 예측되어버린다. (친구를 총으로 쏴죽일거라 예상하지 못한 사람, 손 들어보세요) 나타날 듯 나타나지 않거나, 스크린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살인마들을 그려내는 리듬감도 결코 독특하지 않다. 실화를 답습하였듯, 다른 작품들을 답습하기만 한 느낌이다. 즉, 자신만의 무언가가 [노크]에는 결여되어 있다. 둘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진 초반부도 지루했고,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장점으로 지적하는 배경음악조차도 귀에 거슬렸다. 내게 [노크]의 유일한 미덕은 눈에 보이는 화면의 질감, 혹은 때깔이었다.
물론 누군가에게 [노크]는 공포에 초점을 맞춘 영화로, 혹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게다. 새로울게 전혀 없다는 의미는 적당히 볼만한 것들을 열거했다는 것과 같은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노크]를 다른 이에게 추천하지는 못하겠다는 사실이다.
2008. 7. Arborday.
덧 1. 왜곡된 해석 하나. 내게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 주인공들의 희생장면이었다. 가학적 성향 때문은 아니고. 흠흠. 여자는 칼에 찔리는 남자에게 자신만 보라고 권한다. 그 말대로 남자는 격렬한 고통을 겪으면서 여자만 바라본다. 마지막 순간까지. 반면 여자는 자신이 칼에 찔리자 남자를 보지 않는다. 제 몸이 아파서 그런거 쳐다볼 틈이 없거든. 이 장면은 처음에 여자가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았듯, 남자가 여자보다 더 상대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대부분의 관계에서는 상대에게 더 많은 애정을 가진 이가 더 약하다. 칼에 맞은 남자는 죽고, 여자는 살아난다.
덧 2. [씨네21]의 호러특집 글은 시의적절하며 참으로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노크]와 관련한 모든 이야기는 불만스럽다. 안현진 기자는 마지막 장면에서 심장 덜컹 지수를 별 네개 반이나 줬거늘,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김봉석 평론가의 "아무리 그래도 죽이는 이유는 가르쳐줘야지"라는 한 줄 평에 대해서는,,, 뭐라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무차별살인에 이유가 어딨어. 게다가 집에 있어서 죽였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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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delius 2008/07/10 18:28 # 답글
저는 사냥한 건 그냥 한 말이라고 해서 혹시나 총이 빗나가지 않을까 했어요... ㅡ.ㅡ;
ArborDay 2008/07/10 22:46 #
이런이런, 아무래도 제 쪽이 편견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이네요.
스테판 2008/07/10 18:36 # 삭제 답글
우리나라 관객들이 특히나 사건에서의 확실한 인과관계를 중시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선에서는 말그대로 '그냥'이 주는 잔혹함, 공포스러움 때문에 그것을 묵인하기도 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 '그냥'을 받아들이게 할 만큼 어떠한 것도 보여주지를 못하더군요. 보면서, '어디서 무서워해줄까?' 라는 생각이.. 마지막에서는 이 신인감독 참 애쓴다 라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ArborDay 2008/07/10 22:46 #
예,,, 실망스러웠습니다.
나무피리 2008/07/10 19:00 # 답글
예고편을 보고 내심 밋밋하겠구나 생각했었는데 역시 아쉬운 점이 많은 영화였나봐요. 덧1에 자꾸 눈이 가네요. 역시 많이 좋아하는 쪽이 더 많이 힘든가 싶기도 하고요. ^^
ArborDay 2008/07/10 22:46 #
푸하하, 왜곡(!)에 눈이 더욱 가신다니 황송할 따름이에요.
이웃집살인마 2008/07/10 19:27 # 삭제 답글
글 잘 읽었습니다. 대체적으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군요. 그러나 저는 일단 '효과적인 서스펜스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려 했습니다. 창의적인 연출만큼이나 스릴러의 기본을 지키는 연출 또한 쉽지는 않다고 봐서요. ^^
ArborDay 2008/07/10 22:54 #
실은 말씀하신 부분만 제대로 보여주면 모두 용서될 일이죠. 제가 그것에 만족을 못한 듯 싶습니다.더불어 이웃집살인마님의 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또 뵐께요.
풍류도인 2008/07/10 23:15 # 삭제 답글
분위기는 상당히 좋아서 괜찮은 작품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요. 조만간 직접 제 눈으로 확인해야겠어요.
ArborDay 2008/07/10 23:19 #
그저 그래. 달리 볼게 없어서 그런거 아닌가 싶기도 해. [REC]는 꽤 괜찮더라. 그거 보렴.
우노히카 2008/07/10 23:50 # 답글
가면이 넘 멋져서 보고 싶었는데...
ArborDay 2008/07/10 23:51 #
이건 그냥 저 개인의 평이니까, 속는 셈 치고 가서 보세요.
『한군』 2008/07/11 08:37 # 답글
봉지맨이 처음 화면의 구석에서 스리슬쩍 들어오는 장면 말고는 그닥이더라고요.
ArborDay 2008/07/11 14:43 #
예,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너털도사 2008/07/11 09:59 # 답글
요거 기대됩니다.. 최근들어 보고 싶은 영화리스트 5에 당당히 등극된 ...영화 보고 글 읽어 보려고 선리플 후감상...
ArborDay 2008/07/11 14:43 #
헤헤헤~ 보고나서 말씀해주세요~~
nadia 2008/07/11 10:16 # 답글
그러게 몇번이나 트레일러를 봤지만 별로 호기심이 자극되지 않았어요 .공포영화시즌이군요.부천영화제도 있고 .수도권거주자들은 좋겠어요.
ArborDay 2008/07/11 14:44 #
그래도 올여름은 심심하답니다. 씨네바캉스도 공포영화는 제외한 듯 보이고, 부천도 그리 설레지는 않고. 한국공포물은 씨가 말랐고.물론 수도권 거주의 혜택이 많다는걸 모르는건 아니지만요. ㅠㅠ
newt 2008/07/11 13:02 # 답글
올해는 작년에 비해 공포영화 개봉편수가 적은 것 같아요. REC괜찮아요? ^^
ArborDay 2008/07/11 14:44 #
올해 극장에서 꼭 봐야할 작품 중 한 편이야. 후회없을걸?
nadia 2008/07/12 00:39 # 답글
상경해서 심야상영을 달릴 생각입니다 - 이짓도 마흔 넘어가면 못하겠죠 기력이 딸려서 후회하기 전에 해보려구요 -
ArborDay 2008/07/13 00:27 #
옙, 저도 그렇게 살려구요. ^^
우노히카 2008/07/12 14:58 # 답글
이거 대신 REC 다운 받아봤어요 (미성년자의 서러움)이햐~~~ 물건인데요? ^^
ArborDay 2008/07/13 00:27 #
[REC]은 정말 괜찮은 작품이죠, 그런데 요즘 극장에서 주민증 확인하나요?전 잘 몰라서요. ^^
WhenIFlow 2008/07/12 23:04 # 답글
"뎀" 하고 좀 비슷하지않나요?
ArborDay 2008/07/13 00:28 #
그 얘기는 수도 없이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제가 [뎀]을 못 봤어요.게다가! 이걸 보고나니 (이것과 비슷하다는) [뎀]이 궁금해지지는 않더라구요.
willowkiss 2008/07/14 17:55 # 답글
공포영화 거의 못보지만... 포스터 보고 이 영화는 한번 봐야겠다 했는뎁...왠지 맥이 탁 풀린느낌!REC를 봐야겠군요
ArborDay 2008/07/14 18:53 #
공포영화를 거의 못 보셨다면 오히려 이 작품을 추천할만 합니다.본문에서 언급했듯 기시감이란 많이 본 사람들에게나 통할 이야기거든요.
물론 [REC]도 좋습니다만.
전기톱살인마 2008/07/21 14:13 # 삭제 답글
정말 공감합니다. 영화보는 내내 옆에 앉은 친구는 (여자) 무섭다며 계속 눈을 가려서 제가 빨리 봐 빨리 봐 안봐? 죽는다...라며 혼내줬는데..오른쪽에서 친구는 그러고 있고 왼쪽에선 한 연인이 앉아...(여자가 남자 무릅 위) 꼴깞을 떨고 있지 않아... 여튼 영화는 재미없고 옆에서는 짜증나게
굴고 도대체 어디서 무서워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여튼 공포영화 마니아로서 너무 시시한 작품이었습니다.
비명지르다 성대결절에 걸렸다는 리브테일러의 비명도 그닥..이었구요.
ArborDay 2008/07/21 14:25 #
아무런 감흥이 없는 작품이었어요. 남들이 좋다는걸 시비걸고 싶지는 않지만, 제게는 정말 밍밍한 작품이더군요. [노크]를 감상하기 며칠 전 [퍼니게임] 오리지널을 감상해서 그런지도 몰라요.리브타일러 별로라는데도 공감해요.
유니마르 2008/08/01 00:03 # 삭제 답글
형~ 나도 이 영화 정말 별로였어~ ㅡ.ㅡ; 더군다나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 불과 몇달 전 비슷한 컨셉의 베이컨시를 보아서 그 영화랑 비교되니 더 싫더군~
ArborDay 2008/08/01 12:38 #
그랬구나. [노크] 때문에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있는데, 다음에 만나면 얘기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