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거나 말거나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는 당시의 젊은 세대들이 죽음에 대해 가지는 어떤 환상과 삶에 대한 의지의 부재들을 꼬집듯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한 여자에게 음료수를 얻어먹었다가 졸지에 그녀의 동반자살 파트너가 되어버린 주인공은, 죽음에서 살아난 이후로 죽음에 대한 묘한 동경을 가진다. 아니 삶에 대한 의지를 잃는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밥을 하루에 여섯 번 먹어도 배가 고프니(그게 전부 라면이라니 가슴이 아프기는 하다), 이제 죽어야겠다라니. 정말 환상적인 이유 아닌가. 어쨌거나 그 이후로 주인공은 죽음을 동경하게 되고, 자실을 막는 이를 죽이고(죽여도 죽지도 않는다), 귀신과 육체적 관계를 맺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를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편의적이며, 진부하고, 한참 부족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어떤 일관적 시선이라기보다는 기괴하고 뜬금없는 전개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만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한참 지나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잊는다해도, 죽은 시체의 잘려진 머리가 "난 안 죽어. 의지가 있으면 살 수 있다."를 외치며 칼을 입으로 물고 자신을 죽인 이에 대항하는 것과 같은 압도적 장면들을 잊는 것은 불가능할테니.
2007. 11. Arborday.



![[블루레이] 소셜 네트워크 (2disc)](http://image.aladin.co.kr/coveretc/dvd/coveroff/9306502761_2.jpg)



덧글
비둘기는... 2007/11/17 12:06 # 삭제 답글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영화제에서 보고 엄청나게 감동한 작품입니다^^ 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괴한 작품이 있구나 생각하면서요. 요즘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 디빅을 구하는데 이 작품은 쉽지가 않네요...ㅠㅠ 느미, 하녀 구하고 얼마 전에 육식동물까지 구했는데... 요놈 <살인나비를 쫒는 여자>는 힘드네요. 그나저나 회고전도 많이 하고, 여러 유명한 감독이나 평론가들에게 언급도 자주 되는데, dvd는 감감무소식이네요. 김기영 감독 정도면 박스셋으로 하나 나와줘도 될텐데... 소스가 워낙 안 좋은건지, 암튼 아쉽네요.
우노히카 2007/11/17 12:16 # 삭제 답글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는 참 구하기 힘들죠......... DVD도 나와줬으면 하는데. 하녀,육식동물,살인나비를쫒는여자 등등.윗 분 말 대로 회고전은 자주 열리고 영상자료원에서도 상당히 많이 틀어주는 그의 영화인데 왜 DVD가 안 나오는 건지... 흑흑 슬프기만 합니다.
biblekim 2007/11/17 13:18 # 답글
성경공부,에스라성경강좌
천용희 2007/11/17 13:57 # 삭제 답글
비디오를 찾아대다가 끝끝내 KO당했던 작품입니다.진짜 한번 보고 싶은데 미치겠어요......T.T
P.S. 내년에 현제 남아있는 22편의 전작이 김기영전작전으로 공개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기영감독님 DVD가 못 나오는 이유는 판권이 이래저래 공중에 다 떠 있어서 그렇다는군요. 특히 일본으로 건너간 몇편의 영화는 판권자를 찾기도 어려울 수준이라고 합니다.
히치하이커 2007/11/17 15:39 # 답글
'의지가 있으면 살 수 있다'란 말이 무척이나 와닿네요. 요즘 꼴이 꼴인지라...
피터팬 2007/11/17 16:31 # 삭제 답글
"의지다. 의지만 있으면 죽지않는다." 라고 말하던 해골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군요.멋모르고 닥치는대로 영화를 보던 대학 1학년 때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서 니체와 쇼펜하우어에 대해 이야기하던 선배의 모습도 떠오르네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이 똑똑히 살아나는 걸 보면 저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합니다..ㅋ
김자옥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요..^^
북극찐빵 2007/11/17 18:40 # 답글
라면을 하루에 여섯번씩 먹다니....굳이 애쓰지 않아도 머지않아 죽을 수 있을 것 같....죄송합니다;; 기괴하고 뜬금없는 전개라니 호기심을 자극합니다만 구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군요. EBS에서 김기영감독 특선이라도 해주면 좋겠네요'ㅇ'
ArborDay 2007/11/18 01:36 # 답글
비둘기는/ 이런 분의 작품조차 dvd로 구할 수 없다는건 참 아쉬운 일임은 틀림없어. 정말 최고인데. ㅠㅠ우노히카님/ 그래도 자주 틀어주니 다행이라 생각해요. 인기까지 없었다 쳐봐요. ㅠㅠ
biblekim님/ ...
천용희님/ 비디오 찾기는 어렵지 않을텐데요, 가격이 문제지.
ArborDay 2007/11/18 01:38 # 답글
히치하이커님/ 제 꼴도 비슷하답니다. 하하하.피터팬님/ 전 꽤 늦게 이 작품을 접했어요. 이래저래 연이 닿지 않았던 작품 중 하나였죠. ^^
북극찐빵님/ 죄송은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걸요. 라면 먹으면서 계속 먹어도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데 서글펐어요.
EBS와는 언젠가 연이 닿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스미스 2007/11/18 09:38 # 답글
아... 동아리실에서 보고 기절할 뻔 했던..;;섹스 씬에서 뻥튀기 튀어나오는 장면이 압권이죠.
천용희 2007/11/18 18:44 # 삭제 답글
P.S. 오늘 청계를 갔다왔습니다. 그 많던 비디오가게들은 다 사라졌더군요......그나마 남아있던 가게들을 뒤져봤지만,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를 구하는데에는 실패했습니다.
대신에 화녀를 구했습니다. 이거 웃어야 해 울어야 해......
김응일 2007/11/18 23:09 # 답글
한국영화 DVD를 영상자료원에서 제작하고 있으나.. 이거 원 시장이 너무 안 좋아서.. 신상옥 감독 콜렉션은 조만간 구입할 생각입니다. 흑.. 좋은 영화 많은데 말이죠..
ArborDay 2007/11/19 02:47 # 답글
스미스님/ 아, 그 장면 압권이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싶었었죠.천용희님/ 돈만 있으면 이 작품은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답니다. 어찌 되었건 구태여 이 작품에 목을 매지 않으신다면, 하녀시리즈가 퀄리티는 더 나은 편이니 울지는 않으셔도 될 듯.
김응일/ 그러게 말이야. 역시 문제는 수요지, 수요.
천용희 2007/11/19 03:07 # 삭제 답글
영상원 DVD는 실제로 개인 구입자보다는 오히려 도서관이나 학교에서의 구입량이 많죠.가격도 만원내외수준이라서 일반적인 구입자도 꽤 되는 걸로 압니다.(저도 앵간한 건 사죠. 그런데 최근에 나온 40년대 영화 박스세트는 도저히 못 사겠더군요)
단지 사업이 활발하지 못한 건 기본 투자금 자체가 적어서 그렇다고 합니다......시장의 암담함이여......
sesism 2007/11/19 12:53 # 답글
저는 김기영 감독님 영화에서 '~한다 ' 하고 말하는 거 정말 정말 좋아해요! 특히 이 영화에는 그런 장면도 많은 것 같고(영화를 본 건 아니고 시네마천국 B무비에서 해줬었거든요) 느낌도 매우 그로테스크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남자주인공이 육식동물에도 나온 사람 같은데, 왠지 공포스럽게 생겼으면서도 약간은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뭐 여튼 그 남자배우의 느낌도 좋아해요 :)
ArborDay 2007/11/19 15:35 # 답글
천용희님/ 후후후, 불티나게 팔리면 투자금이란게 적을 수가 없어요. ㅠㅠsesism님/ 힘이 느껴지는 어투잖아요? 고지식함이라거나. 그쵸? 매력있는 말투에요. 저도 좋아합니다.
스미스 2007/11/19 21:57 # 답글
sesism/같은 '~한다'라도 <경마장 가는길>에서 문성근의 문어체 대사는 정말 얄밉고 얍삽합니다. ^^
풍류도인 2007/12/17 00:09 # 삭제 답글
보고 싶은데 볼 방법은 없으니 원 ㅡㅡ!
ArborDay 2007/12/17 13:25 # 답글
풍류도인/ 영상자료원에서 자주 하더라.
풍류도인 2007/12/18 15:29 # 삭제 답글
아 그렇구나. 왜 그 방법을 전혀 생각 못 했지. 아아 바보..... ㅡㅡ!
ArborDay 2007/12/18 18:04 # 답글
풍류도인/ 쿡쿡쿡, 집에서 드라마만 보느라고 그랬구나!
풍류도인 2007/12/19 02:28 # 삭제 답글
요새는 영화에 대한 열정은 확 줄어든 반면에 드라마에 대한 재미는 급상승 중입니다. 이게 모두 하얀거탑 때문입니다. 볼 만한 드라마가 어찌나 많은지 원...... 허허허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