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 It Now'는 메커시즘에 대항해 용기를 가지고 진실을 이야기했던 머로의 프로그램이었죠. 영화 마지막 부분 이 프로그램은 종영됩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2. 영화는 '머로'를 포함한 사람에 그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매커시즘'의 폭압에 대항하는 정의의 목소리를 낸 인물들이지만, 그들은 예상외로 엄청나게 평범한 사람들이더군요. 폭탄 선언을 해놓고나서 다른 신문의 반응을 기다리는 그 순간의 정적이나, 다리를 후들거리면서 방송을 진행해야 하는 머로, 타인의 평가에 대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자살까지 한 다른 방송가, 담당자의 재량에 대해 검열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중요한 방송이 있는 날 농구를 보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는 사장. 그들은 모두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왜 그들이라고 겁이 나지 않겠어요.
단지 다른 점이 있다면 행동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또한 행동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는 점이겠죠. 그것이 삶에 지친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영웅'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입니다.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했던 '리틀 빅 히어로'의 더스틴 호프만이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요?
3. 영화에서 생각해봄직한 또 하나의 재미있는 문제는 과연 언론은 모든 것이 밝혀진 후에야 그것을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혹은 어떻게 배열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C일보'와 같은 신문들을 통해 익히 보고 있어요. 게다가 그 누구나 - 아무리 용감하고 정의에 불타는 머로조차도 - 어느 정도의 검열은 합니다. 자기검열 말이죠. 완전한 '객관'이란 존재할 수 없어요. 정도의 차이이죠.
어쨌거나 '객관적 사실'로 판명이 나는 것들에 대해서만 보도를 하게 될 경우, 우리는 늘상 뒷북만 치게 되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틀린 결론을 낼 수도 있어요. 영화는 미국 시민의 자질의 우수함을 부각하면서 올바른 결론을 낼 수 있다라는 쪽에 좀 더 손을 들어주지요. 제 생각도 그와 비슷해요. 설사 틀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시의성을 놓친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조금 낫다고 생각하니까요.
단, 미국 시민이나 우리 시민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요. 자질을 의심하냐구요? 아니에요. 그들은 하루 열 두 시간 이상의 노동에 지쳐서 신중히 생각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론이 그런 생각들에 걸릴 시간들을 단축시켜준다면 -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최소한 현혹시키지 않음으로써 - 올바른 판단에 근접해가겠죠.
4.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잘 만든 작품입니다. 흑백필름은 영화를 현재의 시각보다는 과거의 사건이라는 하나의 '사실'이라고 인식시켜 보다 객관적 면모를 부각하죠. 그 결과 사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긴박감은 덜한 편이에요. 우리는 '매커시'가 틀렸다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혹자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꽤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답니다. 아버지를 앵커로 둔 조지클루니가 전하는 방송업의 생생함도 칭찬할만하지만, 그의 연출감각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Two thumbs up!!
덧 1. 노래로 표현해버린 중요한 대사들 좋은 느낌이로군요.
덧 2. 필름포럼에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저와 제 여자친구를 포함해 9명이더군요. 세상에.
덧 3. 작년 헐리웃은 영화풍년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들을 올해는 꽤 많이 챙겨봤어요. '카포티'만 보면 얼추 챙겨보는 것 같네요.
덧 4. 포스터에 적힌 바와 같이 진정한 힘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신'을 말하는 것이에요. '사실적 근거'를 뒷받침해서 말이죠.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 그 누가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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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겜퍼군 2006/04/13 15:36 # 답글
음 이영화 보고자 했으나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기회가 없으면 비디오로라도 볼 예정입니다.
sabbath 2006/04/13 15:47 # 답글
필름포럼을 갈 수 없어 못 봤습니다. DVD로나 봐야겠어요. ArborDay 님의 여자친구 이야기는 처음 듣습니다. 호러인생의 지지자인 여자친구이시라면 더할 나위 없이 재밌으시겠어요.
ArborDay 2006/04/13 15:50 # 답글
겜퍼군님/ 4월 19일까지 시네큐브에서 연장상영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아쉽게도 매일 오후 1:40분 1회만 상영하니, 주말 외에는 방법이 없겠네요.
http://www.cinecube.net/board.php?code_url=view.php&board=news&id=60&p=0
sabbath님/ 시네큐브에서 연장상영하지만 시간이 되시련지 잘 모르겠습니다.
뭐 DVD도 좋지요. 제 여자친구도 저의 희귀(?)한 취미때문에 고생이 많답니다.
잘 이해해주어서 다행이지요. ^^
allthat 2006/04/13 20:27 # 삭제 답글
진실이란 사물이나 현상 그 자체를 말하는 게 아니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빨갛다 어둡다는 진실에 가깝지만 그걸 보는 인간의 시각은 저마다 달라서 회색으로 또는 주황으로 볼 수 있잖아요.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뉴스나 기사는 결코 '진실'을 말할 순 없죠. 자신(인간)의 시각에서 본 걸 자신의 관점에서 풀어낸 것일 뿐.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매체 기자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 것 같더군요. 제가 이 영화와 '네트워크' 를 보려 하는 이유는 그 '객관적인 진실' 이라는 걸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표현했나 그걸 알고 싶어서에요.
Shasha 2006/04/13 20:27 # 답글
전 왜 저 위에서 이쁘게 절하시는 메이드 분이 여자친구 분 이미지랑 자꾸 교차되는 것일까요; (그나저나 프로필 그림이 너무 웃깁니다! 멍하게 집중한 꼬꼬들의 표정이 압권.)
ArborDay 2006/04/13 22:04 # 답글
allthat님/ 말씀하신 관점에서라면 '굿나잇 앤 굿럭'이 목적에 훨씬 더 부합할겁니다. 사실 '네트워크'는 안 봐도 될걸요. ^^Shasha님/ 프로필 그림은 사실 섬찟하기도 하죠. 워낙 감명을 받아서 외국웹에서 퍼온지 3년쯤 된 것 같은데 계속 사용하고 있답니다.
여자친구를 저렇게 혹사시키면 안되지요. ^^
석원군 2006/04/14 00:09 # 답글
형님 덕분에 혼자 본 영화입니다만(농담인거 아시죠? ^^), 즐겁게 봤습니다. 무려 4명이서 ㅠㅠ 고전적인 분위기에 물씬~그리고 오랫만에 본 트윈픽스의 로라의 아버지역의 배우가 참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빌리 밥 손튼인줄 알고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지킬 2006/04/14 00:58 # 답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편안하면서도 부질없는 삶일지도 모르겠군요.전 아카데미 후보작과 수상작 중 각각 한 편씩 봤군요. 매주 '이 영화는 봐야지'하는 결심만 덧없이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디어몹 2006/04/14 08:47 # 삭제 답글
ArborDay 님의 상기 포스트가 미디어몹에 링크가 되었습니다.
ArborDay 2006/04/14 10:21 # 답글
석원군/ 미안하다오. ^^ 내가 볼 때는 사람이 많았었구만.그 경찰관 배우, 나도 빌리 밥 손튼으로 착각했었지.
지킬님/ 예. 자기 맡은 일만 잘 하면 된다라는 '리틀 빅 히어로'의 관점이 너무 경제학적 세계관에 부합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자기 맡은 일도 못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테니. 뭔소리지. ^^;;
미디어몹님/ 감사드립니다.
marlowe 2006/04/14 10:59 # 답글
저는 순진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주인공 머로보다 주변 인물들에 더 관심이 가더군요.언론이 진실/사실을 보도하는 건 기본임무이지만, 어떻게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할까요?
일부에서는 매카시의 주장이 과장되었지만, 실제로 소련에 협력한 이들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데, 진실이 궁금합니다.
이 영화도 좋았지만, [시리아나]가 작품상 후보에 올라야 했다고 생각해요.
ArborDay 2006/04/14 11:38 # 답글
marlowe님/ 저 역시 주변 인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어요.매카시의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을거라고 생각은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도 하구요. 하지만 '매카시즘'이 비난받는 이유는 그것의 진실성 때문이 아니라, 그 진행과정에서의 '인권문제' 및 '왜곡'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은 '매카시즘'에 의해 잃을 수 있는 더 큰 가치나, 혹은 그가 그렇게 주장하는 사실 등에 대해 자기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됩니다. 판단은 접하는 사람이 하면 되니까. 반대되는 의견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만 아니라면 공론이 나쁠 필요가 없겠죠.
[시리아나]는 못 봤고 대략의 기사들만 읽었으니 일단 패스.
도로시 2006/04/18 00:09 # 답글
2.볼 사람은 다 봐서 그런가요. 진짜 사람 너무 없던걸요...적당히 오밀 조밀 모여서 봐야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맛이 나는건데요..;
4.잘 만든 영화고 좋은 영화이긴 한데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눈에 밟혀요..;;
ArborDay 2006/04/18 01:01 # 답글
도로시님/2. 그러게나말입니다. 원래 관객이 모이면 모일수록 시너지효과가 발생하는 법인데.
4. 잘 만든 영화고, 좋은 영화인데도 더 잘 만들 수 있었던 영화이기 때문이겠죠. 도로시님의 글을 읽고 저도 동감한 부분이 꽤 많았습니다.
꼬리 2006/04/29 16:49 # 답글
3. '객관적 사실'의 모호함은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많지요.(사실 전 객관적이라는건 엄밀하게 말하면 없다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만...) 주관적 시선의 공정한 전달이 중요하겠죠. 어쨌건 그렇기 때문에 사안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한 거겠죠...게임을 하려며 룰이 공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 C일보는 객관은 고사하고 사실보도도 의심스러우니 대략 생략.) 머로가 문제삼았던 건 그 룰에 관련된거였구여... 근데 여기나 저기나 그 막무가내 양상은 참 비슷하니 놀랍지 않나요?ㅎㅎㅎ
ArborDay 2006/04/30 00:28 # 답글
꼬리님/ 여기나 거기나 사람 사는 세상이라서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겠죠. 게다가 시스템 자체가 비슷하니.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