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일상, 기타 2010/03/10 11:26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사로서 세 번째 학기입니다. 학기가 새로워질 때마다 강의가 하나씩 늘어서, 이번 학기에는 3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론이 아닌 과목도 하나 맡게 되었구요. 나름대로는 거절을 한다고 한 것 같은데도 이렇게 되었네요. 주변에서는 강의는 하지 말고 논문 먼저 쓰고 나가라고들 추천합니다. 저도 그 쪽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저는 강의를 하는게 재미있고, 또 좋습니다. 가능만 하다면 강의만 하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어버린 듯. (사실은 같이 할 수도 있는거고 다들 같이 하고 있는거니까, 이건 명백한 엄살입니다.)

그러나 항상 좋은건 아닙니다. 특히! 수강신청 기간과 성적입력 기간은 참 싫습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수강신청기간이 지났으니 한 고비는 얼추 넘긴 셈이 되겠네요. 수강신청 기간을 싫어하는 이유인즉슨 인기과목을 맡고 있는지라 경험 미숙에도 불구하고 제 과목 수강신청이 안된다는 메일을 수없이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신경을 안 쓰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저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한 명 한 명의 메일에 너무 신경을 쓰게 됩니다. 수강신청권을 사고 판다는 뉴스 같은 것도 들리는 세상인데, 너무 안스럽잖아요. 그러다보면 수강인원이 당초 인원보다 한참 늘어나는건 당연지사에요. 가급적이면 다 넣어주고 싶은게 제 마음이지만, 한계라는 것은 늘 있는 법이라 종국에는 거절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게 상당히 고역이에요. 이 기간, 학생에게만 괴로운 기간은 아닙니다. 물론 강사가 학생만큼 괴롭지야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수강신청 기간은 성적입력 기간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상대평가란건 상당히 냉정하고 잔혹한 구석이 있거든요. 만약 저에게 평가를 받는 쪽과 평가를 내리는 쪽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전 평가를 받는 쪽을 택할거에요. 차라리 받아들이는 편이 편하거든요. 말하고보니 강사로서는 곤란한 성격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바빠져서 좋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적당히 바빠야 사는 맛이 나는 법이거든요. 어쩌면 그보다는 한가할 때 머리 속을 가득 채우는 잡생각이 떠오를 틈이 없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010. 3. Arge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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