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조

공포영화 2010/08/27 01:45

쿠조 25주년 기념판(BD), 이미지 출처는 Blu-ray.com

전에도 말했듯 나는 개가 나오는 공포영화에 그리 겁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개가 나온 공포영화치고 또렷하게 기억하는 작품이 없더라. 하지만 나이가 조금 들고나서 감상한 [마견]은, 내 기억보다는 훨씬 괜찮은 영화였다. 그래서 [쿠조]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조만간 다시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벌써 4년전 일이다. 원래 생각났을 때 바로 볼 수 없는 류의 영화란 언제 보게 될지 기약이 없는 법이다보니 오래도 지났다.

어쨌거나 다시 보기를 잘했다. 결론은 [쿠조] 역시 내 기억보다는 괜찮은 영화였다. 특히 마음에 든 부분은 플로리다의 찌는 더위를 그대로 영화에 옮겨놓은 것만 같았던 [보디히트]의 느낌을, 이 작품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적막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되, 주인공들을 차 안에 묶어둠으로써 완벽히 고립되고 갑갑한 공간을 만들어놓았다는 점은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적당한 정도의 긴장감도 있고, 나름 재미도 있다. [쿠조]는 철저히 장르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장르적 즐거움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쿠조]는 괜찮은 작품이라고 할만하다.

하지만 장르에 충실한 연출은 좋게 말하면 깔끔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조금 허전하다. 기본을 하는 작품이다보니, 좀 더 욕심이 좀 더 생긴걸로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쿠조]는 분명히 어딘가 만들다가 만 느낌이 든다. (박쥐에 물리고 광견병이 도지기는 했지만) 쿠조는 어딘가 기존 질서에 부합하는 기준을 가지고 단죄를 내리고 있는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응징자로서의 캐릭터 설명을 소홀히 하고 단순히 미친개로 치부하다 보니 훨씬 깊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을 그저 지나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광견에 의해 구체적 위협에 놓이는 이들은 모두 5명(그 중 3명은 죽는다)으로, 주인공 가정의 아들과 경찰관을 제외하면 피해자들은 어떤 방식이든 호감을 주지 않는 이들로 그려지고 있다. (사실 이러한 부분도 상세히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 중 중요한 인물들은 자동차 정비소의 사장(쿠조의 주인)과 주인공 가족의 어머니일 것이다.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먼저 정비소의 사장은 가족 내에서, 다른 구성원에 대해 꽤나 폭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그의 아내는 친정을 한 번 둘러보는 것을 허락받기도 어려워보인다. 또한 다른 캐릭터, 주인공 가족의 어머니는 불륜으로 인해 가정의 안정을 위협한다. 당연하게도 이들은 쿠조의 위협에 노출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이들, 즉 정비소 사장의 아내는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원했던 여행을 떠남으로써(심지어 미친 개 쿠조는 정비소 가족의 아들을 보고 짖어대다가 그냥 뒤돌아 어디론가 사라진다), 또한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어 상심에 빠진 소년의 아버지는 사업 때문에 여행을 떠남으로써 쿠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그러니 쿠조의 습격이란, 기존 질서를 해하는 이들에 대한 응징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이것을 지나친 의심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어째서 감독 루이스 티그는 가족들을 그렇게 그려냈는가. 만약 감독이 역할이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 뿐이라면, 스티븐 킹은 어째서 그런 설정들을 만들어두었을까. 책을 읽어보지 못한지라 잘 모르겠다만, 책에는 훨씬 구체적이고도,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만간 읽어볼 계획이니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주인공 가족에 국한해서 영화를 정리해보면, 알 수 없는 소년의 두려움(소년은 벽장 속 괴물을 두려워하는데, 이 괴물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는다)으로 시작된 이 이야기는, 불륜이 밝혀지며 발생하는 가정의 불화(바로 이것이 모호한 불안의 정체인지도 모른다)가 발생한 후 곧이어 쿠조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쿠조와의 대치 속에서 아들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의 모성이 그려지고, 결국은 아내와 아들을 구하러 온 남편까지 가세하여(비록 남편이 도착했을 때 모든 상황은 종지부된 상태지만) 서로를 부둥켜 안은 가족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즉, 아내의 불륜이 어머니의 모성에 의해 묻혀지는 상황이라고 해야할까,아니면 중요한 순간에 곁에 없었던 남편의 부재를 지적하는 상황이라고 봐야할까.

2010. 8. Argento.


Cujo, Lewis Teague, U.S. 1983.






 
1 2 3 4 5 ... 897